낙원의 밤
2019년 개봉
장르: 한국 느와르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감독: 박훈정
출연: 엄태구, 전여빈, 차승원, 박호산, 이기영 등
한국 느와르를 영화를 즐겨보면서 많이 보았다고 생각한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한국 정석 느와르에 꼭 들어가는 요소
조폭, 폭력, 욕설, 양아치, 조직의 배신, 건조함, 세상 다 산 것 같은 회의적 캐릭터,
가족의 비극, 끈적로맨스, 비극의 여주, 여주와 남주와의 뜬끔없는 뜨거운 밤, 남주의 비극적 엔딩
그런데
이 영화는 현 시대에 맞게
트렌디한 한국의 느와르를 연출한 것 같다.
전형적인 기본 요소들은 다 때려 박았지만
아주 사소하고 결정적인 부분들은
정말 혁신적이게 다가왔다.
1) 뜬금없는 로맨스가 없다
유일한 가족인 삼촌이 살해 당하는 모습을 보게 되고
혼자가 된 여주는 충격에 그나마도 없던 삶의 의지를 잃게 된다.
둘은 위험을 피해 아는 곳에 숙박을 머물게 되며
함께 밤을 보내는 듯한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 예상 했듯 19금이 나올것 같았다.
그런데 아주 현실적인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여주가 삶의 의지를 잃고 될대로 되라하며
같이 자자 하며 꼬시는? 모습이였는데
이 모습이 성적인 유혹이 보단
어린 아이가 같이 놀아줄까?
너 내 장난감 좋아 하자나 하는 장난같은
유혹의 말들을 뱉었다.
그런 여주의 모습에
남주는.. 여주를 가만히 보더니
"나도 취향이란게 있어. 무슨 자신감으로 그러는거야?"
하며 걸어 나갔다.
그러다 문을 닫고 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여주가 꿍시렁 할때 다시 문이 열렸다.
오 설마 했는데
남주는 스마트록이 작동이 되지 않아서 문을 열어
스마트도어록을 제대로 작동시키며
문이 잠금이 잘 되는지 철저하게 확인하는 자상한 장면이 나왔다.
그리고 담백하게 다음씬으로 넘어갔다. ㅎㅎㅎㅎㅎㅎ
아 개웃겨
그리고 후반에 왜인지 모르게 정든 남주가 약속된 날에
약속 장소로 가려고 하자
여주는 "혼자가 되기 싫다"며 가지 말라고
이상하다며 붙잡는다.
남주는 결국 약속 장소로 가고 액션 장면들이 나오고
남주는 무사히 탈출하지만
여주가 인질이 되어 버렸다.
여주는 자신이 곧 죽을 사람인데 오지 말라고 하지만
남주는 "너 혼자이기 싫다며. 내가 곧 갈께" 라고 말한다.
(대사가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맥락상 어떤 상황이든 함께 하러 간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둘이 적의 손안에 있는 상황에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괜찬아?" 남주
"난 괜찬아, 너는 괜찬아?" 여주
"아니 안 괜찬아, 너는 내가 괜찬아 보여? ..
난 뻔히 안괜찬은거 알면서 괜찮냐고 묻는 놈들이.. .. 고맙다 물어봐줘서 ㅎ.." 남주
이렇게만 보면 안 와 닿을텐데
이 괜찬아의 대사는 둘만의 대화로,
둘만의 시간 속에 있는,
영화에서 인상 깊은,
기억이 되는 대사이다.
몸이 아닌 서로 함께한 대화로
서로를 확인하는,
마음을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2. 여주가 아주 화끈하다.
왠만한 느와르에선
여주는 항상 진한 화장에 섹시하게 검정색 또는 빨강색
딱 붙는 옷으로 성적인 퇴폐미를 내뿜는 모습의 캐릭터였다.
그런데 이 여주는 현실적이여서 너무 좋았다.
그냥 흔한 티셔츠와 청바지 옷차림에 후디까지.
그리고 거침없는 반말 막나가는 태도
흔히 여성스러움이라고 하는 표현들이 없어서 좋았다.
거침없이 툭툭 내뱉고 무신경한 태도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신선하고
신기해서 조금은 지루한 영화를 끝까지 보게했다.
보통은 여주는 영화의 흐름에 잠시 쉬어가는 장면으로 나오는 경우
또는 극적인 연출을 위해 쓰이는데
와우 이 영화 아주 현 시대를 잘 아는거 같다.
여주가 남주가 죽는 장면에서 흔히 오열과 비명으로
아무것도 못하고 질질짜는 장면으로 끝나는데.
와아 아주 사이다이다 사이다.
평소에도 죽이고 싶은 사람을 죽이는 상상을 하며
사격 연습을 하던 여주는
마지막 장면에선 아주 시원하게
고구마 없이
남주를 죽이고 자신의 삼촌을 죽인
자기 보금자리를 불태워 버린 조폭들을
총으로 완샷완킬 또는 확인 사살까지하면서
쓸어버리는 모습이 나왔다.
아주 대박 희열을 느꼈다.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와아
와아 중간에 제압당하는 장면 나와서 고구마 나오는거 아니야?하는
불안감을 아주 한 컷으로 말끔하게 해결해주었다.
그래 이거지~
여주도 총 시원하게 쏘고
조폭들 쓸어버릴수있다 이거야!!
그런데 역시나 흐름상
여주가 초반 총 장면에 나온대로
총으로 자살하는건
어쩔 수 없는거 같다.
씁쓸함이 가득 담긴
이 건조한 영화를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찰떡 대사들로
생기를 조금씩 넣어주어서
중간 중간 재미도 있었다.
오랜만에 느와르를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맛에 재미있게 봤다.
(잔인한 장면은 꽤 자세하게 나오긴해서
징그러웠지만 ㅎㅎ)
엄태구 배우님의 주연연기를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전여빈 배우님의 특유의 연기가 이 영화와 잘 어울려서 보기 좋았고
차승원 배우님의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완력이 조절된 연기에 감탄하고
찌질한 연기를 아주 잘 묘사하시는 박호산 배우님과
표현은 서툴지만 자상한 삼촌의 역할을 잘소화 하시는 이기영 배우님의 안정된 연기도
이 영화에서 보기 좋았다.
짧지만 이상 깊게 나온 차순배 배우님, 현봉식 배우님 그리고 조동인 배우님도
한 씬에 제대로 나와서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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